
롱블랙 프렌즈 K
한 도시에 파리와 뉴욕이 함께 공존한다면 어떨까요? 제겐 상하이가 그런 인상이에요. 초고층 빌딩이 빽빽하게 솟은 금융가 옆으로, 100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유럽풍 저택이 불쑥 나타나니까요.
이 도시는 하나의 얼굴을 갖지 않아요. 거리마다 시대가 다르고, 건물마다 문화가 다르죠. 상하이가 ‘변화를 품을 줄 아는 도시’로 불리는 이유예요.
그 변화의 중심엔 한 건축가가 있습니다. 주인공은 라슬로 후덱László Hudec. 1918년부터 29년간 상하이에 살며, 무려 100채가 넘는 건물을 설계했죠. 지금도 50여 채가 남아 상하이 사람들의 삶을 품고 있어요.
<상하이 위크> 마지막 이야기로 라슬로 후덱을 소개하는 이유, 간단해요. 그는 ‘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’를 갖고 있거든요. 변화에 반응하고, 받아들이고, 결국 ‘자기 것’으로 받아들일 줄 알죠.

우장 동제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& 김남국 이랜드차이나 대외협력실장
라슬로 후덱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싶어, 두 전문가와 함께했어요. 상하이 전문가인 김남국 이랜드차이나 실장, 그리고 40년 동안 상하이 건축을 연구한 우장伍江 교수.
상하이에 머문 지 나흘째 되던 날, 후덱의 대표작인 파크 호텔Park Hotel* 로비에서 두 사람을 만났어요. 한때 ‘아시아 최고층 빌딩’이었던 곳이죠. 소파에 앉아 인사 나누던 중, 우 교수가 후덱을 소개하는 이유를 들려줬죠.
*한자로는 ‘국제반점国际饭店’이라고 표기한다. 중국어에서 ‘반점’은 ‘호텔’을 의미한다.
“후덱은 상하이가 국제도시로 발돋움하던 시기, 스스로 브랜드가 된 건축가예요. 시시각각 바뀌는 격변의 시대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가, 지금의 우리가 가진 질문에, 후덱의 발자취가 답해줄 겁니다.”